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사는 가죽공예작가
가죽공예작가
한상돈
2020.10.06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흥미를 끄는 일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일을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많은 이유들 중에서 상당한 비율은 먹고 사는 문제가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는 숭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은 하루를 참으며 살기 보다는 좋은 하루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상돈 작가를 만나보았다. 



바이크를 통해 만나게 된 가죽 공예라는 새로운 세계



한상돈 작가는 본래 디자이너로 꽤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았다. 아직 User interface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그는 UI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 점을 찍어 휴대폰의 화면을 만들어내던 시기부터 올드미디어의 기둥이었던 TV가 스마트화되는 시기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로서 그의 경력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에이전시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에 지쳐갈 때 즈음 길가에 세워진 멋진 바이크 한대를 발견했고 그렇게 바이크 라이더가 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죽 제품들을 접하게 되었다. 원래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에게 컴퓨터 화면이 아닌 실재하는 물건을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투잡의 형태로 일을 시작했지만, 이내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실재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의 기쁨



한상돈 작가의 작업실은 6~7대의 재봉틀이 빼곡히 놓여 있다. 하나같이 연식이 꽤 되는 것으로 보이는 골동품들. 한때 고장이 나서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것들, 또는 새로운 기술에 밀려 골방으로 밀려났던 것들은 한상돈 작가의 손에 들어오면서 새 생명을 얻었다. 50살도 넘은 재봉틀도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었고, 바늘이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땀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즐거움이 되는 일을 뒤늦게 선택하면서 한상돈 작가가 잃은 것도 분명 있었다. 20년 동안 쌓아 올렸던 경력을 뒤로 했으니, 월급 봉투도 당연히 가벼워졌을 터. 하지만 한상돈 작가는 싫은 하루를 견디며 살기 보다는 좋은 하루를 사는 것을 선택했다. 잘 정리된 그의 작업실 곳곳엔 그의 애정이 담뿍 묻어 있었다. 



Donstuff라는 브랜드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덕에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일상 다반사. 한상돈 작가는 그 시작이 바이크였기에 바이크 관련된 제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개중에는 수공 작업이지만 양산이 가능한 제품도 있었고, 여전히 커스텀으로 한땀 한땀 제작해야 하는 작품도 있다. 그리고 모든 결과물에는 Donstuff 라는 그의 브랜드 로고가 찍혀 나간다. 작가 자신이 라이더이기 때문에 모든 결과물은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수차례, 수십차례의 테스트 후에 완성된다. 그렇기에 그의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그 퀄리티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진심이 라이더들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