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실험하는 가구디자이너
가구디자이너
곽철안
2020.12.16


부모님 집을 나와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구입해야 할 가구의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새 보금자리로 작은 월세방을 마련하고, 어떤 가구를 어디에 놓을지 생각했다. 알아야 할 것은 방과 가구의 사이즈. 가로, 세로, 높이 세 가지 종류의 숫자들만 있으면 이 육면체들을 어떻게 구상할지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구 디자이너 곽철안 작가의 가구는 달랐다. 마치 필기체로 쓰여진 글자들이 3차원의 세계로 옮겨진 것 같았다. 굵은 선들은 자유로운 곡선으로 자신만의 부피를 만들어 냈고, 누군가의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기능을 얻었다. 기존의 가구와 기능은 비슷하나, 그 형태는 꽤나 다르다. 궁금한 질문들이 많았다. 마침 곽철안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었고, 카메라를 들고 작가의 전시장을 찾았다. 


다양한 경험들이 맞물려 작품이 되다



그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로 3D 모델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것을 전개하면 재료를 정확하게 재단할 수 있다. 남은 일은 재단된 나무를 휘어 붙이는 것. 전통적인 가구 제작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오히려 금속 공예에 가깝다. 그가 처음부터 이러한 방식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가구 디자인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 저것을 실험했던 다채로운 삶의 경험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완성된 것이었고, 작가는 마법같은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3D모델링, 종이 공예, 금속 공예, 그리고 다양한 재료와 기술들의 하모니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장점으로 단점을 극복하다



작가는 대학을 다니던 시절 국내외 공모전에서 수차례 수상할 만큼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지만, 유학길에 올라 자신의 한계를 만났다. 가구를 만드는 작업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컨셉을 만드는 과정엔 익숙하지 않았다. '작가'로 서기 위해서 기필코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는 작업실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만드는 것을 잘하는 그의 장점을 살려, 제작과정에서 문제를 찾기로 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작업실을 찾는 그의 습관은 이때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실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는 그는 그만큼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니 그랬다. 어쩌면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성향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기 시작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그렇다고 독단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업의 경험이 늘어나고 시간이 쌓이면서 깨달은 자신만의 무기를 이제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으로 보였다. 새로운 컨셉의 작품을 이제 막 발표한 그의 머리 속에 이미 다음 작품 구상이 끝나 있단다. 자존감이 낮다는 그의 말은 겸양의 표현일 뿐, 계속해서 실험하고 노력하게 하는 자양분임을 믿을 수밖에. 앞으로 그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